일상

복사꽃 꽃잎 위로 바람이 지날 때

달빛사랑 2017. 4. 10. 17:45




서풍부(西風賦)

 

너도 아니고 그도 아니고, 아무것도 아니고 아무것도 아닌데꽃인 듯 눈물인 듯 어쩌면 이야기인 듯 누가 그런 얼굴을 하고,

 

간다 지나간다. 환한 햇빛 속을 손을 흔들며

 

아무것도 아니고 아무것도 아니고 아무것도 아니라는데, 왼통 풀 냄새를 널어놓고 복사꽃을 울려놓고 복사꽃을 울려만 놓고,

 

환한 햇빛 속을 꽃인 듯 눈물인 듯 어쩌면 이야기인 듯 누가 그런 얼굴을 하고…ㅣ김춘수(19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