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2024/12/08 (1)
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하루
겨울의 공감 능력 (12-8-일, 맑음)
한낮은 햇볕은 물론 한밤중의 바람조차 예년보다 순하다. 사람들의 가슴에 숭숭 뚫린 구멍으로 바람이 통과했다. 기다림을 견딘 사람들이 다시 또 긴긴 기다림을 준비하는 동안 겨울은 신중한 표정으로 사람들의 얼굴을 지켜보다가 문득 순해지기로 결심했던 것인데, 그건 일종의 연민일 거라고 나는 생각한다. 충분히 모질어질 수도 있는 겨울이었다. 바람의 등짝을 내려치며 더욱 차가워지라고 부추길 수도 있었고, 늦가을에 두고 온 사람들의 미련을 꽝꽝 얼려버릴 수도 있었을 텐데, 그러나 겨울은 그러지 않았다. 이곳에 사는 사람들이 서로 상처를 어루만져주며 힘겹게 한 계절을 견디고 있음을 알게 되었던 걸까? 사람답지 못한 사람들이 허다한 이곳에, 여느 사람보다 더 사람의 표정을 읽고 마음을 헤아리는 계절이라니, 얼마나 고..
일상
2024. 12. 8. 23: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