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하루
추모식 날은 왜 매번 추운 건지 (10-24-목, 맑음) 본문
모처럼 청명했다. 하지만 아침에는 기온이 쑥 내려가서 외투를 걸쳤는데도 한기가 옷 속으로 파고들었다. 사무실에 나와서도 실내가 썰렁해서 난방기를 켰다. 관공서이다 보니 적정 온도 이상에서는 난방하지 않는다. 난방을 해도 18도 이상으로 온도를 올리지 않는다. 그래서 늘 춥다. 게다가 우리 사무실은 북향이다. 남향인 사무실에는 종일 볕이 따듯하게 들어와 11월 말까지도 (한낮에는) 난방기를 가동하지 않아도 견딜 만하다. 하지만 북향 사무실은 처지가 다르다. 그래서 우리 특보실에는 중앙난방용 라디에이터 말고 개별로 통제할 수 있는 냉난방 겸용 에어컨과 선풍기 난로가 따로 있다.
중앙 냉난방이 가동된다 해도 상대적으로 나이 많은 특보들은 여름 26도, 겨울 18도인 관공서 적정 실내 온도로는 더위와 추위를 견디는 일이 쉽지 않다. 물론 추위 타는 젊은이들도 있겠지만, 상대적으로 그렇다는 말이다. 그래서 특보들은 춥거나 더울 때, 중앙 통제실에서 벽에 붙은 라디에이터를 통해 냉풍과 온풍을 보내 주어도, 사무실에 따로 설치된 냉난방 겸용 에어컨을 켜서 더위와 추위를 피하곤 한다. 특히 난방의 경우, 늦가을까지는 괜찮으나 한겨울에 실내 온도 18도는 정말이지 현실성 없는 난방 온도다. 그나마 중앙난방이 가동될 때는 전기세가 아까워서 혼자 있으면 거의 사용하지 않지만, 요즘처럼 난방이 가동되지 않을 때는 어쩔 수 없이 개별 난방기를 켤 수밖에 없다.
그래서 가끔 보고하러 우리 방에 오는 주무관들이나 회의하러 오는 타 부서 간부들은 사무실 문을 열자마자 느껴지는 훈훈한 실내 온도에 ‘이건 뭐지?’ 하는 부러움과 감동의 표정을 짓는다. 어떤 과장은 “야, 역시 실세들의 방은 다르네요” 하며 농담을 던지기도 한다. 그럴 때마다 나는 “아이고, 이 북향 사무실에서 근무해 봐요. 그런 말이 나오나. 햇볕 잘 들어오는 남향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게 얼마나 큰 행복인 줄 모르시나 봐요?” 하며 맞받는다. 그러면 상대는 “하긴 그래요” 하고 수긍한다. 사무실이든 집이든 남쪽으로 창이 난 곳에서 지낼 수 있는 건 사소해 보이지만 무척 큰 행운이다.
점심은 비서실 식구들과 식당에서 먹었다. 감자크로켓과 돼지고기 김치찌개, 쑥갓 오이 무침, 백김치, 감자메추리조림 등이 반찬으로 나왔다. 다 내 입맛에 맞는 반찬들이라서 정말 맛있게 먹었다. 그리고 커피를 사들고 인천시청 광장과 주변을 운동 삼아 걸었다. 하늘에는 구름 한 점 없었다. 날도 따듯하고 공기도 깨끗했다. 그야말로 전형적인 가을 날씨였다. 과연 출근길에 만났던 그 가을과 같은 가을의 하늘인가 의심이 들었다. 시청 광장 잔디밭 주변을 걸을 때 얼굴에 내려앉는 볕이 뜨거웠다. 이마에 땀이 송글송글 맺혔다. 피부가 탈 것 같았다. 아침에 선블록을 바르고 나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만 저녁에는 인천민족민주노동열사 합동 추모제가 시민공원에서 열리는데, 매년 참석했을 때마다 너무 추워 벌벌 떨었던 기억이 있다. 그래서 오늘은 자켓을 걸치고 나오긴 했다. 걸으면서도 제발 추모식이 열리는 저녁에도 한낮처럼 날씨가 순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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