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평범한 하루
밤길.... 본문
육 척 장신(六尺長身)의 어깨 위에 걸린
상현(上弦)의 달, 빛은
어둠과 적당한 농도로 섞여 흐른다
흐르면서 앞서 걷는 그를 감싼다
그의 큰 키를 비춰 주기에 충분한 달
낡은 구두, 두 겹의 무뎌진 바지 주름을
자상하게 숨겨 주는 빛. 희미한...
그와 함께 걷는 밤길
아스라이 들리는 단속적인 경적 소리
원격지(遠隔地)의 바람을 쏟아 내면서
불가해(不可解)한 속력으로 달리는 트럭 트럭,
트럭들을 보면서 나는 그에게 묻는다
"우리에게도 앞만 보고 달리던 시절이 있었지?
보듬어야 할 것들을 보듬지 못한 채
머물러야 할 곳들에 머물지 못한 채
각자가 지닌 삶의 무게만한 가속도로
앞으로 앞으로만 달리던 시절, 그 때
우리도 저 트럭과 같았을까?
여운이 아닌 보챔으로, 자욱한 먼지로
뒤쳐진 사람들의 노래와 손짓을 봉쇄해 버리고
야속한 등만 보인 채 달려온 것은 아닐까?"
......
그의 어깨가 상현(上弦)의 곡선(曲線)으로 잠깐 굽는다.
그 어깨 위로 나는 손을 얹는다.
얹은 손 위로 다시 얹혀지는 그의 거친 손
달처럼 차다 비로소 '달',
'빛'은 '달빛'이 되어 우리의 길을 비춘다.
그와 함께 걸어가는 밤 길
우리들 머리 위에 밝은 상현달.
-moon.g.b. 달빛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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